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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조합원 동호수 추첨이 아니라, 지역주택조합 동호수지정 하여 가입계약을 체결한 주택조합원들이 사업계획 변경으로 당초 계약을 맺었던 동과 호수의 아파트 신축이 무산되자 계약 해제 통지를 하며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례에 대해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요즘 사업승인을 받지 않은 조합이나 설립인가 전인 추진위 단계에서 동호수 지정 가입을 체결하는 경우가 대다수이죠. 사실 추첨을 통해 동호수를 지정받아야 합니다. 법적으로 따져보면 그런데요. 그러나 동호수를 지정하여 체결된 계약이 적법하지 않은지 그 여부에 대해서 명확한 판단이 나오지는 않고 있습니다. 사실상 불법으로 보지는 않고 있다는 의미일 텐데요.

과연 법원은 이러한 문제와 관련하여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요?

 

 

박성은(가명)씨 외 20여 명은 지난 2015년 2월 설립된 A지역주택조합 아파트 지정 호수를 공급받기로 하는 내용으로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금, 업무추진비 등 분담금을 납입했습니다.

본래 A주택조합은 약 1100세대 규모로 아파트 신축 사업을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사업부지 내 토지 확보가 원활하지 않아 2016년 1월, 약 100세대를 줄인 1000여 세대를 짓기로 하는 내용으로 사업계획을 변경했습니다. 이에 박씨 등 20여 명이 지정해 계약을 체결했던 아파트 동의 신축은 무산되고 말았죠.

이후 조합 측은 이들에게 다른 동과 호수 아파트로 변경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그러나 20여 명의 조합원은 계약 당시 지정한 아파트 동과 호수에 입주할 수 없게 됐으니 더 이상 조합원 자격을 유지할 수 없다면서 조합 측에 계약해제를 통지했습니다. 

 

 

그러나 조합 측은 이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조합원 지위를 벗어나려면 탈퇴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들은 조합 탈퇴 절차를 밟지 않고 탈퇴 사유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맞섰는데요.

특히 A지역주택조합 측은 "설령 이들이 적법하게 탈퇴하더라도 업무추진비, 공동부담금 등을 공제한 나머지 환급금만 반환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적법한 탈퇴 사유가 있다고 하더라도 분담금 전액을 반환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죠.

이에 박씨 등 20여 명은 조합을 상대로 계약을 해제하고, 조합에 지급한 계약금과 업무추진비를 반환해달라며 계약금 반환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분담금 전액 반환을 청구한 건데요.

그렇다면 법원은 어떠한 판결을 내렸을까요?

 

 

1심과 2심 재판부는 박씨 등 20여 명 조합원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지역주택조합 동호수지정에 따라 분양하는 것을 전제로 체결된 계약이라고 본 겁니다. 지정 호수를 분양할 수 없게 됨에 따라 계약은 조합의 책임 있는 사유로 이행불능이 됐으므로, 계약은 조합원들의 해제 의사표시에 따라 적법하게 해제된 것이라고 판단한 것이죠.

그러므로 A지역주택조합에 지정호수 분양 의무가 남아있는 이상 조합 측의 채무불이행을 이유로 지역주택조합 계약 해제의 경우에도 조합 규약에 따른 조합 탈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계약금, 업무추진비 등 분담금 전액을 반환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판결이 대법원에 뒤집혔습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과는 반대로 조합 측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계약 당시 조합원들이 제출한 '각서' 때문이었습니다. 가입자들은 A지역주택조합과 조합원 계약 체결 당시 다음과 같은 내용의 각서를 작성해 제출했다고 합니다. 

- 본인은 A지역주택조합에 가입함에 있어 후일 아파트 단지 배치 및 입주 시 면적과 대지 지분이 다소 차이가 있어도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한다.

- 본인은 A지역주택조합 및 조합업무대행 용역사가 결정 추진한 조합 업무에 대해 추인(*일반적으로 어떤 행위가 있는 뒤에 그 행위를 동의하는 일)하며, 향후 사업계획 승인 시 사업계획(설계, 자금계획, 사업규모 등)이 변경, 조정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에 이의를 제기하지 아니하기로 한다.

 

 

대법원은 위와 같은 내용의 각서 작성 사실을 언급하며 조합원들이 당초 지정한 동과 호수의 아파트를 공급받지 못하게 됐다는 사정만으로 조합가입계약의 위반이라거나 박 씨 외 20여 명에 대한 조합 측의 아파트 공급이 불가능하게 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해당 조합 가입계약에 따른 조합 측의 조합원들에 대한 채무가 조합 측의 귀책사유로 인해 이행불능이 됐고, 조합 가입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 해제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 법원으로 사건을 환송해 다시 심판토록 했습니다. 

 

 

대법원은 다음과 같이 판시했습니다

주택법상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통상 지역주택조합 설립 전에 미리 조합원을 모집하면서 그 분담금 등으로 사업 부지를 매수하거나 사용승낙을 얻고, 그 이후 조합설립 인가를 받아 추가적으로 소유권을 확보하고 사업승인을 얻어 아파트 등 주택을 건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므로, 그 진행 과정에서 조합원의 모집, 재정의 확보, 토지매입 작업 등 사업의 성패를 좌우하는 여러 변수들에 따라 최초 사업 계획이 변경되는 등의 사정이 발생할 수 있다(대법원 2014. 6. 12. 선고 2013다75892 참조)

따라서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원이 된 사람이 사업 추진 과정에서 조합 규약이나 사업계획 등에 따라 당초 체결한 조합가입계약의 내용과 다르게 조합원으로서의 권리, 의무가 변경될 수 있음을 전제로 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그러한 권리, 의무의 변경이 당사자가 예측 가능한 범위를 초과했다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이를 조합 가입계약의 불이행으로 보아 조합 가입계약을 해제할 수는 없다(대법원 2019. 11. 14. 선고 2018다212467 판결 참조).

[대법원 2019. 12. 12. 선고 2019다259234 판결]

 

 

조합원 아파트 동호수 추첨을 통해 지정된 게 아니라 가입계약 당시부터 지역주택조합 동호수지정 하여 체결된 계약이 꼭 불법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임시 지정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이는 임시일 뿐, 확정된 사항은 아닙니다. 확실한 동호수 지정은 사업계획 승인이 난 이후에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홍보관에서 지역주택조합 가입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서, 조합규약 등의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고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직원에게 설명을 부탁해야 합니다. 

또한 각서 등을 작성하게 할 경우에는 왜 작성하게 됐는지, 이를 작성함으로써 본인이 받을 불이익은 없는지 따져보아야 합니다.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면 계약 맺기 이전에 변호사를 통해 계약서 검토 등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것도 피해를 예방하는 방법이라는 것, 염두에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