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도계약서 대신 추천하는 '유언대용신탁' 이란

" 자식들에게 뭐라도 남겨줘야 하는데... "

예전에는 이런 이야기를 하시는 어르신분들이 많았죠. 하지만 요즘에는 재산을 물려주는 것은 고사하고 늙어서 자식들에게 손이나 내밀지 않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늘고 있습니다. 이는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노후기간이 증가햇다는 것이 중요한 이유 중에 하나일텐데요. 정년은 그대로지만 기대수명은 계속 늘어나면서 앞으로 노후자금이 얼마나 필요하게 될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죠.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낼만큼 쓰고 남은 것이 있으면 자녀들에게 물려주겠지만, 혹시나 미리 줬다가 모자라게 되면 다시 돌려받아야 하는 불상사도 발생하는데요. 그래서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주더라도 언제, 어떻게 물려주면 좋을지 고민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 효도 계약서를 쓰면 안전하지 않을까? "

A씨는 최근 아들이 내심 재산을 물려줬으면 하는 기색을 보인데다, 주변사람들로부터 상속을 해주는 것보다는 미리 증여를 하면 세금이 적게 나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증여를 해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A씨는 아직 정신적/신체적으로 별다른 문제가 없어서 앞으로도 꽤 오랜 시간 생존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런데 대부분의 재산을 증여한 이후 혹시나 아들이 자신을 부양하는 것을 외면할까봐 걱정인데요.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A씨처럼 많은 부모들이 자식에게 재산을 미리 증여해주고 생계가 곤란해지거나 자식들이 제대로 부양해주지 않고 무시할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부모들은 재산을 증여할 때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라는 조건을 달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나온것이 바로 '효도계약서'인데요. 증여를 하는대신 부양의무를 이행해야 하고, 만약 이를 어기면 증여한 재산을 다시 반환한다는 내용을 담은 계약서이죠. 예를 들면 '부동산을 증여하는 대신 매달 0만원의 용돈을 부치고, 아플때 병원 치료비를 부담해주며, 매달 1회 손자녀들을 데리고 방문하라'는 식이죠. 일종의 '먹튀'를 방지하는 차원에서 해당 '부동산을 매각하거나 담보로 제공하게 되는 상황이라면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다' 는 식의 조건을 달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약속을 어기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증여에는 일반 증여와 부담부 증여가 있는데, '효도'계약서는 부담부 증여의 일종으로 '일정한 행위를 할 것을 조건으로 하는 증여'를 말합니다. 이 경우 상대방이 일정한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계약을 해제할 수 있는데요. 이를 위해서 상대방에게 부담부 증여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상대방의 부담 내용을 명확히 기재한 계약서나 각서'를 쓰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부담부'에 관해 증명할 수 있을 정도의 서면으로 기재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모 자식간에 어떻게 그럴수 있느냐는 거부감과 오죽하면 자식도 못믿어 서면화까지 하냐는 비웃음을 걱정하는 등의 체면 때문이죠.

    효도계약서의 문제점    

자식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그 대가로 자신(증여자)에 대한 부양의무 또는 매달 정기금 지급 등의 이행을 요구하는 속칭 ‘효도계약서’는 순수한 증여보다는 부담부증여에 가깝다는 점은 앞에서 설명해드렸습니다. 따라서 재산을 증여받은 자식이 증여해 준 부모에게 계약에 따른 효도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효도계약’을 해제하고 이미 이행한 증여재산의 반환을 요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때 생각지 못한 현실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요. 증여재산의 반환을 수증자(자식)가 임의이행을 하지 않을 경우, 결국 소송비용이 많이 드는 소송절차로 진행할 수밖에 없습니다. 더군다나 부담부증여 사실에서 ‘부담부’에 관한 증명으로서 입증책임을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하는 자(부모)가 져야 합니다.

실제로 부담부증여 해제에 따른 재산반환청구소송에서 ‘부담부’에 대해 증명하지 못하고 증여사실만이 인정되어 “계약의 해제는 이미 이행한 부분에 대하여는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는 「민법」 제558조가 적용되어 증여재산의 반환을 청구하지 못하는 불상사가 많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설령 제558조 조항이 폐지된다고 하더라도 수증자가 증여계약 해제 후에 증여재산 반환을 임의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소송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 시간적, 비용적, 심적 고통의 삼중고에 시달리게 됩니다.

 

   대안은 유언대용신탁!   

부모 자식 간에 효도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이 너무 야박한 것 같고, 혹시 발생할지도 모르는 소송의 위험성을 부담하기 싫다면 대안으로는 유언‘대용’신탁이 있습니다. 이 제도는 부모 등 피상속인이 신탁계약을 통해 부동산을 비롯한 상속재산을 자식 등 상속인에게 안정적으로 승계할 수 있는 신탁으로 요즘 관심을 갖는 고령자들이 늘고 있는데요.

유언대용신탁은 자신(위탁자)의 재산을 금융기관(수탁자)에 맡기고, 살아서는 위탁자가 운용 수익을 취하다 사망한 다음에는 미리 정해둔 수익자가 재산을 취득하게 하는 제도입니다. 즉, 금융기관이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본인과 가족을 위한 든든한 ‘재무적 후견인’역할을 해 주는 것입니다. 살아 있을 때 재산을 맡기기 때문에 ‘생전 신탁’이라고 부르기도 하며 유언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유언장을 작성해 재산을 상속하면, 사망 시점에서 재산이 상속인에게 한꺼번에 넘어가는데요. 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사후에도 자신이 희망하는 바에 따라 재산을 물려주는 시기와 비율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습니다.

효도계약서를 대체할 수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생전에 자녀가 약속한대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신탁계약을 해지하고 재산을 위탁자에게 환원시킬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수익자를 큰아들로 지정했더라도 큰아들의 태도가 좋지 않을 경우 언제든지 작은 아들로 변경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재산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여전히 보유하면서 내가 원하는대로 상속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실질적으로는 증여의 효과를 누리면서 증여 재산을 쉽게 돌려받을 수 없는 증여의 단점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것이죠.

특약을 설정하는 것도 가능하기 때문에 다양한 위험 상황에서 재산을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것도 특징입니다. 예를 들어 치매 위험에 대비해 특별부양 재산관리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특약을 체결한다면 재산을 안전하게 보존할 수 있습니다.

유언대용신탁은 미래에 발생할지도 모르는 예측 가능한 모든 상황에 따라 그 계약의 내용을 정해 놓을 수 있는 유연성이 가장 큰 장점입니다. 기존 법정상속제도로는 커버할 수 없는 많은 문제를 해결해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가족 간 갈등 없이 재산을 상속·증여하길 원하지만 평생 힘들게 모은 재산을 탕진하지 않고, 노후까지 안정적으로 보장해 줄 수 있는 방법을 찾는 분들게 적절한 대응이 되어줄 것 생각됩니다.

​부모와 자식 사이에 효도를 조건으로 재산을 증여한다는 것이 한편으론 씁쓸하기도 한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서로 더 큰 분쟁에 휘말리게 되는 것보다 사전에 일종의 안전장치를 준비해두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희 명경은 부동산, 세무, 법률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속분쟁에 있어 하나은행과 협력을 통해 법률상담을 지원하며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가족 간 분쟁 없이 상속하고 노후까지 준비하고 싶으신 분들께서는 부동산상속전문가들과 함께 골치 아픈 문제들을 속 시원히 대비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