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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상속과 유류분반환청구

A씨의 아버지는 부동산 자산가였습니다. 현재 아버지는 뇌경색이 발병해 혈관성 치매를 앓게 되셨는데요. 아버지 사후를 대비해 상속관련 문제를 정리하려던 와중 갑자기 숨겨져 있던 이복형제가 등장하게 된 것이죠. A씨는 이복형제에게 상속분을 나눠주는 일 없이 단독상속 받기를 원하는데요. 방법이 없을까요?

위 사례는 저희 명경 서울에 상담을 의뢰했던 분의 사례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위 사례처럼 단독상속을 하려다가 상속을 받지 못한 다른 공동상속인이 나타난다면 소송전으로 가게 될 수 밖에 없는데요. 연세가 있으신 분들은 본인의 재산을 증여하거나 사망 후 가족들에게 물려주게 될 때 어떤 방법을 택해야 할 지 많은 생각을 하며 유언장을 쓰기도 하실 것입니다. 이 때 간과하기 쉬운 부분 중 하나가 바로 유류분입니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받을 수 있는  최소한의 유산 비율을 말하는데요.

고인이 사후 배우자나 자녀들 중 한 명에게만 단독상속을 통해 일명 재산 몰아주기를 하기 위해 유언을 남겨도 그 뜻과 무관하게 상속인들은 유류분에 따라 일정 비율의 유산을 받게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유류분을 고려하지 않고 유언장을 쓰면 유류분반환청구를 통해 자칫 본인의 의도와 상반되게 상속재산이 배분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위험성을 줄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유언대용신탁' 입니다.

▶ 생전엔 자산관리, 사후엔 유지대로 상속

신탁이란 문자 그대로 '믿고 맡긴다'는 의미입니다. 본인의 재산을 수탁자인 신탁회사에 맡기고, 그 재산에 대해 관리·운용·처분·개발 등을 신탁회사에 지시하며, 고객이 지정한 수익자가 해당 신탁계약의 이익을 받도록 하는 자산관리 도구인데요.

2012년 신탁법의 개정으로 '유언대용신탁(상속신탁)'이 도입되었습니다. 이는 고객 본인이 신탁회사에 재산을 맡기고 생전에는 안전한 재산 보관 및 재산 증식의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신탁계약에서 발생되는 수익은 본인이 가져가는 신탁입니다. 그리고 사후에는 신탁계약에 따라 배우자나 자녀, 제3자 등을 수익자로 해 원활한 재산 배분을 목적으로 합니다.

즉, 유언대용신탁을 하게 되면 민법상 허용되고 있는 유언을 대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고객의 의사를 전적으로 반영해 신속한 상속재산 배분이 이뤄지는 선진화 된 자산승계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법적성질 : 유언 아닌 계약의 일종

유언 대용 신탁의 법적 성질은 피상속인이 언제든 내용을 변경·철회할 수 있는 '유언'이 아닌 '계약'이기 때문에 피상속인이라도 계약 내용에 반해 해지할 수 없습니다. 의정부지방법원에서는 유언대용신탁을 한 위탁자가 '신탁계약 해지를 위해서는 수익자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특약을 했다면 위탁자도 신탁계약을 일방적으로 해지할 수 없다고 판결했는데요(2015가합71115 판결). 이 사건은, 치매 증상이 있는 전모씨가 H은행을 상대로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해지하니 재산을 돌려달라"며 낸 신탁계약 무효소송에서 원고패소한 사건입니다.

재판부는 "위탁자인 전씨가 H은행과 신탁계약을 맺을 때 사후 수익자인 자신의 딸 4명 전원의 동의를 얻어야만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했는데 이러한 계약을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는데요. 이는 결국 위탁자가 계약 당시 자신의 재산을 보호하고자 특약을 설정했기 때문에 위탁자라 하더라도 계약의 내용에 반하여 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판결은 유언대용신탁이 친족상속법상 유언의 일종이 아닌, 신탁법상 신탁계약의 일종이라는 법적 성질을 명백하게 밝힌 것으로 의미를 가지는 판례입니다.

▶ 유류분제도와 충돌하지 않을까?

기존이는 유언으로 자신의 재산을 특정인에게 단독상속 하더라도 유류분 대상이 된다면 처분의 자유를 제한받을 수 밖에 없었는데요. 하지만 2020년 3월 관계자들을 일제히 환호하게 만든 판결이 나왔습니다. 바로 유언대용 신탁계약을 체결해 유언과 유사한 효력이 발생함에도 불구하고 단독상속에 대한 유류분반환청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인데요. 사건을 살펴보겠습니다.

망인 박씨는 2명의 딸과 1명의 아들을 두었습니다. 박씨는 사망하기 3년 전인 2014년 4월 현금 3억원과 서울 관악구에 있는 단층주택,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부동산 등을 신탁재산으로 하여 은행과 유언 대용 신탁계약을 체결했는데요. 평소 둘째 딸을 아끼던 박씨는 단독상속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생전수익자는 자신으로, 사후 1차수익자를 둘째 딸로 정한 뒤 신탁계약에 따라 신탁부동산에 관해 A은행 명의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죠.

둘째 딸은 박씨가 사망한 직후 단독상속을 위해 신탁부동산에 관해 신탁재산의 귀속을 원인으로 한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쳤고, 2018년 4월 나머지 신탁재산인 현금 3억원을 신탁계좌에서 출금했습니다. 이에 박씨의 며느리와 그 자녀들이 대습상속인으로서 둘째 딸을 상대로 11억 여 원의 유류분반환청구소송을 제기한 것입니다.

▣ 사망 1년 전에 가입했다면 유류분 제외

이에 대해 재판부는 대법원 판결(96다13682)을 인용,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의 범위에 관한 민법 제1113조 1항에서의 '증여재산'이란
상속개시 전에 이미 증여계약이 이행되어 소유권이 수증자에게 이전된 재산을 가리키는 것이고,
아직 증여계약이 이행되지 아니하여 소유권이 피상속인에게 남아있는 상태로 상속이 개시된 재산은
당연히 '피상속인의 상속 개시시에 있어서 가진 재산'에 포함되는 것이므로 수증자가
공동상속인이든 제3자이든 가리지 않고 모두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재산을 구성한다"고 전제하고,
"박씨의 신탁재산은 박씨의 사후에 비로소 피고(둘째딸)의 소유로 귀속되었으므로, 박씨가 피고에게
이 신탁재산을 생전증여했다고 보기는 어렵고, 박씨의 사망 당시 이 신탁재산은
수탁인인 A은행에 이전되어 대내외적인 소유권이 수탁자인 A은행에게 있었으므로,
이 신탁재산이 박씨의 적극적 상속재산에 포함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습니다.

"신탁재산의 수탁자로의 이전은 수탁자가 위탁자에게 신탁재산에 대한 대가를 지급한 바 없다는 점에서
성질상 무상이전에 해당하고, 민법 1114, 1113조에 의해 유류분 산정의 기초로 산입되는 증여는
본래적 의미의 증여계약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무상처분을 포함하는 의미로 폭넓게 해석되므로,
민법 1114조에 해당하는 경우나 상속인을 수탁자로 하는 경우에는 민법 1118조, 1008조에 따라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되는 증여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이 사건 신탁계약의 수탁자는 상속인이 아니므로, 이 신탁재산이 민법 1114조에 의하여
증여재산에 산입될 수 있는지 보건대, 신탁계약 및 그에 따른 소유권의 이전은
상속이 개시된 2017.11.11. 보다 1년 전에 이루어졌으며, 수탁자인 A은행이 이 신탁계약으로 인하여
유류분 부족액이 발생하리라는 점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으므로, 이 사건 신탁재산은
민법 1114조에 따라 산입될 증여에 해당하지 않아 유류분 산정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즉, 유류분은 상속이 시작될 시점에 고인이 소유하고 있던 재산(적극재산)과 생전에 상속인 혹은 제3자에게 증여가 완료된 재산(증여재산)을 기반으로 계산하는데, 생전에 상속인에게 증여가 완료된 재산은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대상이 되지만 은행처럼 제3자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개시 전 1년간 이루어 진 것만 포함됩니다. 이때 제3자가 해당 재산을 받음으로써 특정 상속인에게 손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이 역시 시기와 상관없이 유류분 대상에 포함되는데요.

해당 사건의 경우 신탁계약을 통해 은행으로 무상이전 된 증여행위는 상속개시 시점보다 1년 이상 앞서 유류분이 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게다가 원고는 박씨와 은행이 짜고 며느리에게 손해를 끼치기 위해 은행에 재산을 넘겼다는 점도 증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해당 판결의 결과로 상속인 중 1명인 수익자에게 신탁재산이 귀속되었고, 다른 상속인이 제기한 유류분반환청구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이번 판결의 법리가 대법원에 올라가 확정되게 되면 상속 관행에 큰 변화가 발생하게 될텐데요. 누구나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한 지 1년이 지나면 자신의 뜻대로 유산을 처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죠. 상속재산을 특정인에게 단독상속으로 몰아주거나 자녀에게 물려주지 않을 수도 있고, 전액을 사회단체에 기부를 할 수도 있게 됩니다. 앞으로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는 자산가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부분이죠.

 

대면 활동에 대한 제약이 많아지고 있는 요즘에는 부동산·주식 등의 자산을 누군가 대신 관리해주고 필요하다면 처분과 상속 문제까지 해결해주기 바라는 수요도 커지고 있는데요. 각각의 전문가를 만나 상담하더라도 어떤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판단하기가 쉽지 않고, 신뢰성 없는 조언으로 낭패를 볼 수도 있기 때문에 신탁 복합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합니다.

저희 명경은 부동산, 세무, 법률 등 여러 가지 사안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상속분쟁에 있어 하나은행과 협력을 통해 법률상담을 지원하며 맞춤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부동산상속전문가들과 함께 골치 아픈 문제들을 속 시원히 해결해보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