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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법무법인 명경(서울) 김재윤 대표변호사.]

 

최근 강원도 원주에서 모 지역주택조합의 조합장 A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7월 설립된 해당 조합은 지난해 6월 사업승인을 받고 사업부지 매입까지 모두 마친 상태였지만, 지난 1년 간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시공사인 B건설사가 조합 측에 여러 요구를 하며 착공을 미뤄왔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설 경기까지 악화되자 자금 압박과 사업 지연 등에 심적 부담을 느낀 A씨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데 이르렀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지난 2017년 이 조합의 전 조합장도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같은 조합에서 두 명의 조합장이 사망한 것이다.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도입된 제도가 어쩌다 이러한 비참한 비극을 초래한 것일까.

지역주택조합은 당초 집이 없는 서민들이 치열한 분양 경쟁을 피하면서 조금이라도 저렴한 가격으로 내 집 마련의 기회를 주고자 1980년에 처음 제도화됐다. 2000년도에 들어서는 주택 수요를 늘리기 위해 소형주택(당시 전용면적 60제곱미터 이하, 현 85제곱미터 이하) 한 채를 소유한 자에게도 조합 가입의 기회를 주는 등 가입요건을 완화했다.

사업은 이러한 요건을 갖춘 지역 주민들이 조합을 설립해 공동으로 용지를 매입하고, 사업계획을 만들어 인가를 받고, 시공사를 선정해 착공하고, 준공하면 입주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조합원들이 공급 주체이다 보니 중간 단계에서 투자되는 비용이나 홍보비 등을 절감할 수 있어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신규 주택을 마련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러나 서민을 위한 주택조합제도라는 취지가 무색하게 조합원의 권익을 보호하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허술해 피해사례가 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05년에서 2015년 사이 설립인가 된 조합 가운데 준공 후 입주까지 성공한 지역주택조합은 겨우 20%에 불과하다. 반대로 해석하면 사업이 지체되거나 무산된 조합은 무려 80%로 과반을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처럼 주택조합 사업은 성공 여부를 예측하기 힘든 만큼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주택조합 사업이 첫 발을 떼려면 추진위원회를 결성해야 한다. 이어 사업부지 확보, 업무대행사 및 신탁회사와 시공사 선정 이후 입주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사업기간에 대한 법적 규제가 없어 사업을 진행하는 데만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다. 실제 법무법인 명경에서 수임한 사건들만 봐도 조합 가입 후 수년이 넘도록 사업에 진척이 없어 조합 탈퇴와 함께 분납금을 돌려받고자 희망하는 의뢰인이 대다수다. 

이처럼 사업기간이 특정되지 않고 무한정하다보니 사업 부지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땅값이 오르거나 설계 변경으로 공사비가 증가하는 경우가 다분하다. 그럼 조합원들이 선납입한 계약금과는 별도로 부담해야 하는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따른 조합과 조합원 간 다툼은 최근 들어 더욱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또한 장시간 큰돈이 움직이는 과정에서 각종 비리와 부정사건이 발생할 여지도 있다. 조합장의 배임이나 횡령, 시공사 선정 비리 등이 대표적인 예다.

뒤늦게 조합원 피해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는 지난 2017년 주택법 일부를 개정하면서 무분별한 지역주택조합 추진에 제동을 걸었다. 개정안에는 조합이 조합원을 모집할 때 지자체에 신고서를 내고 공개 모집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조합 설립 전부터 관리 감독을 강화해 수요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존 조합에서 발생하는 문제에 관한 법적 보호 장치는 마련되지 않아 '반쪽짜리 개정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또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공 여부는 조합이 얼마나 투명하게 운영되느냐에 따라 달렸는데,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불투명한 자금 관리 및 집행 문제와 관련한 규정은 여전히 미비하다. 

결국 느슨한 법망에 보호 받지 못하는 조합원은 결국 본인들이 스스로 피해 구제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조합에서 벗어나기 위한 최선의 길, 탈퇴를 택하는 것이다. 조합 탈퇴를 희망하는 조합원의 수는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만약 조합 자격 여부에 충족되지 않는데 가입계약을 종용했다거나 사업용지 확보율을 속이는 등의 기망이 있었다면 내용증명만으로도 가입계약을 해지하거나 취소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조합 대부분이 조합원의 탈퇴를 순순히 허용하지 않는다. 이미 지불한 분납금을 돌려받는 일은 더욱 어렵다. 현 제도 하에서는 모든 조합원들의 피해를 구제받기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이다.

조합장 A씨가 남긴 유서에는 "능력 없는 조합장 때문에 죄송하다"는 사과의 글과 함께 "지역주택조합으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없길 바란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더 이상 주택조합 사업이 조합원의 생존을 위협하도록 방관해서는 안 된다. 하루빨리 신규 수요자를 비롯해 기존 사업의 조합원들까지 보호할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의 재정비가 이뤄져야 할 것이다. 

 

기사 원문

http://www.anewsa.com/detail.php?number=1854635&thread=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