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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안녕하세요.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분양사무소에 방문해 계약서를 작성하고 가계약금을 입금하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지역주택조합에 대해 전혀 모르고 그저 사무실에서 설명만 듣고 지역주민에게 저렴하게 분양하는 아파트인 줄 알고 계약을 맺었는데요. 이후 지역주택조합에 대해서 좀 알아보니 아무래도 불안하여 이 계약을 취소하고 싶습니다. 계약을 제가 직접 했는데, 지역주민밖에 가입을 못한다고 해서 아버지 이름으로 계약서를 작성했는데요. 별다른 확인이나 인감도장 같은 건 날인하지 않았습니다. 직원이 그렇게 해도 된다고 하여 계약을 체결했는데, 본 계약을 취소하고 납입한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까요?

 

A) 최근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공급이 증가하면서 많은 분들이 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만, 그 광고의 형태가 워낙 다양해 일반 분양 아파트인 줄 알고 방문하게 되는 경우가 굉장히 많은데요.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조합원 모집 초기단계에 조합우너 50%를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이기 때문에 일단 무분별하게 계약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다면 본 의뢰인의 경우, 가계약을 해지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지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가계약금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통상 부동산 거래에 있어서 중개사무소를 거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본계약에 앞서 가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보통 가계약은 정식 계약이 아니기 때문에 쉽게 취소하고,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요.

실질적으로는 '가계약을 매매계약으로 볼 수 있는지', 다시 말해 '매도인과 매수인 사이에 매매계약을 체결됐는지' 여부에 따라 가계약금 반환 여부가 결정됩니다. 즉, 가계약을 매매계약으로 볼 수 있는 경우라면 가계약금도 매매계약에 따른 계약금으로 보아 매수인의 단순 변심으로 인한 계약파기 시 가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지만, 매매계약으로 볼 수 없다면 매수인은 언제든지 계약을 파기하고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계약이 성립하기 위하여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의 합치가 있을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의사의 합치는 당해 계약의 내용을 이루는 모든 사항에 관하여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나 그 본질적 사항이나 중요 사항에 관하여는 구체적으로 의사의 합치가 있거나 적어도 장래 구체적으로 특정할 수 있는 기준과 방법 등에 관한 합의는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가계약서 작성 당시 매매계약의 중요 사항인 매매목적물과 매매대금 등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었으므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이 사건 부동산에 관한 매매계약을 성립됐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대법원 2006.11.24. 선고 2005다39594 판결)

결국 잔금 지급시기에 대한 합의가 없더라도 '매매대금'과 '목적물'이 특정되고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가 있는 경우, 매매계약이 성립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상 이렇게 구체적으로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한 합의를 하는 경우에는 어느 정도 확실한 구매의사를 가지고 계약을 했다고 볼 수 있겠죠. 하지만 실무적으로는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가계약금만 입금하는 경우가 더욱 많아 그런 경우 중도금 지급방법에 관하여 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매도인 측이 입증하기가 어려워 패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습니다. 

다만, 의뢰인의 경우에는 모집사무소에서 계약서까지 작성을 했기 때문에 매매계약으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다행히 이 사건의 경우 가계약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대리권 없이 대리인이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무권대리로 인한 무효를 주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살면서 대리행위를 많이 하는데요. 대리란, 본인으로부터 대리권을 수여받은 제3자가 본인을 위한 대리행위임을 표시하고 본인의 이름으로 대신하여 법률행위를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대리행위가 적법하게 효력을 갖기 위해서는 ①대리권 수여, ②대리행위임을 표시(법률 용어로 '현명'이라고 합니다)라는 요건이 필요합니다. 다만, 상행위에 있어서는 이 원칙이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고 있습니다. 만약 위 요건을 갖추지 못하고 대리행위를 하는 경우 민법 130조 무권대리에 해당하여 계약이 무효가 되어 본인에게 그 효력이 미치지 않고 민법 135조 1항에 의해 대리인은 상대방의 선택에 따라 계약을 이행할 책임 또는 손해를 배상할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본 사안의 경우 계약자는 아버님이시고 대리인은 의뢰인이 되겠네요. 그런데 의뢰인은 아버님에게 조합가입계약에 대한 대리권을 받지 않고 위임장도 없이 마음대로 아버님 이름으로 계약을 했기 때문에 무권대리에 해당하고, 따라서 아버님께서 이 계약을 추인하지 않는 이상 계약은 무효이며, 입금한 가계약금의 반환을 청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의뢰인이 135조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들 수 있습니다만, 135조 2항에서는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자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상대방이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 또는 대리인으로서 계약을 맺은 사람이 제한능력자일 때에는 제1항을 적용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담사의 권유로 위와 같이 계약하게 된 본 사건의 경우 상담사가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충분히 알고 있었으므로 민사상 책임 또한 지지 않아도 될 것입니다. 

이처럼 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쉽게 생각하고 타인의 이름으로 계약을 하게 되는 경우, 알고 보면 문제가 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아무쪼록 계약을 체결할 때에는 사소한 일이라도 변호사와 상담을 진행한 뒤 결정하는 것이 좋겠습니다.